심리상담에 대해서 얘기하다 보면 상담 중에 상담사가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다.
상담사가 상담도중 내담자와 공감하면서 슬픔을 표현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상담자의 공감력이 뛰어나고 진심으로 내담자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상담자의 눈물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왜 그럴까?
상담자는 내담자의 안내자로서 지지적이면서도 중립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상담자 혹은 치료자를 떠올리면 인간 중심적인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맞는 말이다. 상담자는 인간 중심적이어야 한다. 내담자를 지지할 수 있어야 하고, 공감하며, 반응하고 내담자의 통찰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내담자에게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중립성을 잃어버리는 순간, 나침반은 방향을 잃고 이리저리 잘못된 방향을 가리킨다.
방향을 잃었다는 것은 치료자와 내담자 모두 상담과정이 혼란스럽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감정을 이야기해야 할지, 상담의 목표는 무엇으로 해야 할지, 진짜 내담자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없다. 이 부분은 드라마 '영혼 수선공'에서 리뷰 했던 것처럼, 치료자와 내담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면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과 연결된다.
치료자는 왜 내담자와 같이 슬퍼했을까?
내담자의 언어, 태도, 행동, 외형 등에 대하여 상담자 개인이 정서적으로 반응하거나 투사하는 현상.
정신분석에서는 이것을 '역전이(Counter transference)'라고 한다.
쉽게 얘기하면 치료자가 내담자를 상담하면서 '이게 내 문제인지, 상대 문제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보자. 아버지의 권위적인 모습에 대한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해 내담자가 찾아왔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상담이 진행되면서 치료자는 무언가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단계는 비의식적으로 느끼는 상태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내담자는 아버지 사이에 있었던 '특정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펑펑 울기 시작했다.
그 순간. 치료자는 어찌할 틈도 없이 내담자와 같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몰랐다. 마치 마음속의 어떤 버튼을 누르자 눈물이 나온 것처럼, 치료자는 내담자와 함께 하염없이 울기 시작했다.
자, 이때 간단하게 두 가지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
긍정적인 이야기를 먼저 하면, 내담자는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함께 털어놓은 사건을 듣고 함께 울어주는 상담자에게 지지받고 있음과 공감받고 있음을 느끼며 고마워할 것이다.
또한 추후 상담에서 치료자에게 느낀 감동으로 인해 높은 신뢰를 지니고 적극적으로 상담에 임하고 치료는 빠른 진전을 보일 것이다.
부정적인 경우, 내담자는 당황할 것이다. '치료자는 나를 이끌고 안내해줘야 하는 사람 아닌가?' '이 사람 왜 갑자기 울지?'와 같은 많은 생각들이 들며 상담자에 대한 신뢰를 잃기 시작할 것이다. 결과는 위와 반대로 흘러갈 확률이 높다.
치료자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절대로 잘못된 일이 아니다. 내가 상담을 강의할 때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치료자의 질문과 행동은 분명한 목적과 의도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치료자는 내담자에게 친구 같은, 아버지 같은, 어머니 같은 사람이 될 수 있고,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중요한 점은 내담자의 치료를 위해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지, 역할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친구 같은 치료자' 랑 내담자와 '친구'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치료자는 항상 상담 장면에서 '치료자'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정체성을 버리는 순간, 상담은 방향을 잃고 치료는 어려워진다.
그래서 지인, 친구, 가족을 상담하거나 치료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이 부분은 상담에서 '이중 관계'의 개념과도 이어지는데, 추후에 설명하도록 하자.
항상 핵심은 How to..
우리는 항상 상담에서든 강의에서든 How to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상담자의 눈물에 대한 해결책은 끝없는 훈습을 통해 자신에 대해 통찰하는 것이다.
상담 중에 내담자의 무엇인가(사건, 행동, 언어, 외형 등..) 치료자 자신의 무의식적인 부분을 건드렸고 그로 인해 중립성을 지키기 어려워졌다면, 치료자는 최대한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여 역전이를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인지 통찰해야 한다.
대부분은 치료자 역시 미해결된 과제가 내담자와의 호소 문제와 겹치면서 역전이를 일으키는 경우가 빈번하다.
치료자의 미해결 과제가 너무 커, 내담자의 문제를 도와줄 수 없다면 과감히 상담을 포기하고 다른 상담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역전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자 스스로가 자신의 역전이를 빨리 캐치하고 인정하며, 통찰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역전이를 경험하지 않는 치료자는 없다. 치료자도 한명의 사람이기 때문에, 마음 어느 한 곳에 아픔을 가지고 있다. 아픔이 없는 치료자가 아픔을 경험하고 극복해본 치료자보다 상담을 잘할거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나도 나의 수많은 아픔에서 다른 사람을 돕고 치료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하나의 경험은 수많은 지식을 넘어선다. 많은 사람들이 치료자로서, 개인으로서 자신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치료자에게 있어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는 드라마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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